1929년 움베르토 카촐라(Umberto Cazzola)가 약 20명의 장인과 함께 금세공 공방을 열며 시작된 FOPE는, 오늘날까지도 메이드 인 이탈리아 주얼리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지속적인 생명력을 지닌 브랜드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FOPE의 핵심에는 기술 혁신과 창의성,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수년 전부터는 사진, 디자인, 요리와 같은 다양한 예술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창의적 표현의 지평을 넓혀왔습니다. 이러한 협업들은 일상 속 삶을 다각도로 해석하고,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예적 예술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예술 간의 대화와 교류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이 바로 #FOPElab 프로젝트입니다. 이는 하나의 여정 속 또 다른 여정으로, 특별한 감각을 지닌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실험적인 프로젝트입니다. 그중 한 명인 비첸차 출신 셰프 로렌조 코고(Lorenzo Cogo)는 FOPE의 ‘Everyday Journey’ 캠페인을 위해 주얼리를 요리라는 언어로 재해석하며 독창적인 미식의 세계를 펼쳤습니다.
마릴리사 테아티니 카촐라(Marilisa Teatini Cazzola)는 FOPE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이자 이사회 임원으로서, 이 자리에서 로렌조 코고(Lorenzo Cogo)와 함께 주얼리와 오트 퀴진이라는 인상적인 조합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MTC — 이번 협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을 때, FOPE와 로렌조의 요리 세계 사이에서 가장 먼저 명확히 드러난 공통점 중 하나는 전통과 혁신 사이의 강력한 상호작용이었습니다. 로렌조의 시작 또한 비첸차 지역의 로컬 요리였으며, 전 세계를 돌며 접한 다양한 요리 스타일과 지역 재료를 조화롭게 융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마찬가지로 FOPE 또한 주얼리 분야에서 유사한 여정을 거쳤습니다. 각 세대에 걸친 사람들은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과 미적인 가치를 고수하는 동시에, 최첨단 기술을 접목하여 이탈리아 주얼리의 위상을 국제 무대에서 확립해왔습니다. 사업 분야가 주얼리이든 요리이든, 경영을 맡은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때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변화는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변화를 이끄는 것은 개인이며, 때로는 변화를 위해 스스로 움직이고, 다른 세상을 발견하고, 궁극적으로는 여행이라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LC — 저의 개인적인 커리어와 FOPE의 발전을 비교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FOPE의 제품들은 아주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있으니까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노베첸토 메쉬와 같은 디자인을 떠올려 보면 알 수 있죠. 제 가족이 비첸차 근처에서 지역 전통 요리를 내는 트라토리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처럼 저 역시 전통을 넘어서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저희 둘 사이의 진정한 공통점은 본질을 추구하고, 불필요한 것을 넘어서는 태도, 그리고 디테일에 대한 깊은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꾸밈없이 진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FOPE 주얼리에서도 그런 진정성을 느낍니다. 제 요리 역시 솔직하고, 자연스럽고,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FOPE의 컬렉션을 저만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여행은 언제나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MTC — 바로 여기서 우리 협업의 또 다른 중요한 키워드로 이어지네요. 여행은 FOPE의 2021-22 캠페인 ‘Everyday Journey’의 핵심 주제이자, 동시에 로렌조의 요리에서도 매우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일종의 차별화된 특징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여행은 곧 발견이며, 이질적인 것들과의 충돌이자 새로운 문화들과 마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는 우리 캠페인의 중심에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FOPE 주얼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게 해줍니다. 그렇다면, 로렌조만의 요리적 언어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해외에서의 경험은 어떤 의미를 지녔나요?
LC — 저는 아주 어린 나이에 해외로 나갈 수 있었던 것을 큰 행운이자, 제 스스로의 선견지명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주에서 저는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요리 문화를 접하게 되었고,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혁신적이고 대담한 요리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저의 기술을 발전시키고, 강점을 발견하며, 진정으로 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저에게 여행은 저의 삶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여행은 저에게 단지 마음속 식재료 창고와 같이 새로운 재료를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와 접촉하고 이를 통해 제 고유한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여행은 종종 이탈리아에서 마주치는 보수적인 요리 스타일을 넘어서는 저만의 강점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MTC — FOPE의 역사에서 기술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최첨단 기술 장비를 활용하는 것은 생산력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덕분에 완성도 높은 디테일한 주얼리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브랜드 상징의 아이콘이 된 노베첸토 메쉬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FOPE 주얼리는 전통적인 의미의 로맨틱함보다는 기술적 완성도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현재 오트 퀴진에서도 기술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로렌조의 요리도 같은 경우인가요?
LC — 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분자 요리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였습니다. 당시에 기술이 모든 것에 우선시되었고, 때로는 맛조차도 그 아래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한곳에서 일할 기회를 가졌고, 그곳에서는 재미와 기술의 응용이 요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기술적인 접근 방식의 매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저는 점점 그런 스타일에서 멀어지게 되었고, 이제는 그릴링의 요리 방식을 가장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숯을 하나의 재료로 생각합니다. 지금의 제 요리는 훨씬 더 집처럼 따뜻하고, 환영받는 느낌을 주며,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스타일입니다. FOPE 컬렉션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만든 요리들은 장인정신의 감각을 전달하는 동시에, FOPE 주얼리가 상징하는 형태와 분위기를 요리로 구현해내고자 했습니다.
MTC — FOPE의 역사와 로렌조의 커리어 발전 사이에서 또 하나의 공통점을 꼽자면, 바로 새롭게 변화하고자 하는 능력 일 것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고 현대적인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끊임없이 재창조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며, 이는 주얼리 제작과 오트 퀴진 모두에 적용됩니다. FOPE도 결정적인 전환점이 몇 번 있었습니다. 특히 1970년대에 골드 워치의 스트랩과 케이스를 제작하던 사업에서, 기술적으로 혁신적인 특징을 지닌 주얼리를 만들기 시작하며 큰 전환을 맞이했습니다. 로렌조는 경력의 여러 단계에서 어떻게 자신을 재정립하고 변화시켜 왔는지 궁금합니다.
LC — 저는 항상 새로운 자극과 도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입니다. 언제나 서로 다른 상황에 몸을 담그고, 요리라는 분야를 넘어선 다양한 상황에서 영감을 얻으며, 다른 나라와 문화 간의 연결점을 발견하는 데에서 성장해왔습니다. 저의 커리어 과정에는 수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중에는 상당히 급진적인 전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변화는 항상 새롭고 더 재미있는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내면의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팬데믹은 저에게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대한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 시기를 통해 저는 요리라는 행위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 중 하나인 사람들 간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역할에 다시금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셰프로서 미슐랭 스타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진정한 기회는 어떤 공식적인 인정이 아니라, 본능에 귀 기울이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찾아온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각자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나서는 것과 같은 부분에 있어 저희의 여정은 유사합니다.
MTC — Everyday Journey 캠페인은 ‘여행’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다른 문화와 전통이 지닌 아름다움의 기준에 스스로를 열어두자는 하나의 초대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FOPE는 세계를 향한 열린 시선과 함께 FOPE의 뿌리와 터전에 깊은 애정을 가져왔습니다. 저희는 FOPE가 탄생한 도시인 비첸차와, 2015년에 첫 부티크를 열었던 상징적인 장소인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베네치아는 FOPE의 정신을 완벽하게 대표하는 도시로, 전통과 세계주의가 조화를 이루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보여줍니다. 로렌조에게도 베네토 지역, 특히 베네치아는 새로운 레스토랑을 오픈한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곳이지요. 결국 우리는 멀리 떠났다가도, 항상 돌아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LC — 제게 베네치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며, 가장 깊은 친밀감을 느끼는 도시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Dama(베네치아에 오픈한 레스토랑)를 열기 전까지는 이 도시를 그리 잘 알지 못했습니다. 1년에 두세 번 정도 방문하곤 했지만, 일상 속에서 살아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창의적인 관점에서 보면, 베네치아는 그 어떤 도시보다도 자극적이고 영감을 주는 곳입니다. 지금은 그 매력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중이지요. 어떤 의미에서, 제가 도시를 알아가는 만큼 저의 요리 연구도 나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베네치아는 의심할 여지없이 저의 문화적 유산의 일부이며, 역사적 뿌리를 이루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저의 요리에서도 끊임없이 핵심적인 요소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FOPE 컬렉션을 재해석한 요리 속에서도 베네치아 전통에 대한 오마주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어떤 경우에는 식재료에서, 또 어떤 경우에는 이 지역 고유의 요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면서 말이지요. 결과적으로 저의 요리는 언제나 지역성과 세계성을 넘나드는 지속적인 교류가 특징입니다. 때문에 해외에서 쌓아온 경험과 관점을 베네토 지역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녹여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기쁩니다.
로렌조 코고는 1986년 이탈리아 비첸차에서 태어나,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들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호주의 멜버른에 위치한 뷰 듀 몽드(Vue du Monde), 도쿄의 류긴(Ryugin), 런던의 더 팻 덕(The Fat Duck) 등이 그의 경력을 대표합니다. 한때 그는 고급 요리를 향한 여정을 떠도는 ‘오뜨 퀴진(haute cuisine) 글로브트로터’로 불렸으며,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미슐랭 스타를 획득한 바 있습니다. 그의 직관적인 요리 스타일은 해외에서 얻은 수많은 경험과 발견에서 비롯된 영향이 녹아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성과 국제적 감각의 융합이 바로 FOPE가 2021-22 ‘Everyday Journey’ 캠페인을 위해 로렌조 코고에게 총 18개의 새로운 요리를 의뢰하게 된 이유였습니다.